얼마전에 개봉한 영화 '괴물' 은 한국에서는 잘 알려지다못해 많은 영화인들이 존경하는 고레에다히로카즈 감독이 4년만에 들고온 작품입니다. 황금종료상을 탔다는 엄중한 타이틀은 차치하더라도, 이 영화를 봐야할 이유를 굳이 이 '건강 블로그'에 적고싶었을지 생각해 봤습니다.
한 때 고레에다 감독을 좋아해서 독립영화관을 찾아다니던 ( 그 때는 CGV 같은 곳에서 잘 상영을 안해줬음 ) 때가 있었습니다. 지금생각해보니 당시 제가 가진 정신적 상태가 많이 황폐했던 시절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 기억에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는 항상 불안했거든요. 섬세한 인물묘사보다는 영화가 주는 무거운 분위기에 압도당해서 내용과 관계없이 보고나면 마음이 침울해진 것 같습니다.
그럼, 4-5년만에 본 이 영화는 어땠을까요?
우울한 듯 아닌듯 우울하지 않았습니다.
영화는 내내 관객의 눈과 귀를 속입니다.
소위 '어그로'라고 하죠? 어그로의 끝판왕인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다 보고 나면, 조금 허무하기까지 해요.
'괴물'이라는 영화 제목부터가 어그로 입니다.
스포는 아니예요. 영화가 끝나고 나면 '괴물'이라는 제목을 참 잘 붙였구나. 하게 되실테니깐요.
영화는 한부모 가정의 초등학교 고학년 남자 아이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룹니다.
아이에게 영향을 끼치는 담임, 교장선생님, 친구, 그리고 엄마까지..
총 4명의 인물의 시선으로 같은 사건을 바라보며 이야기가 전개 됩니다.
다만, 그 시선이라는 것이 지극히도 자기 중심적이라 이야기의 실체와 다른 결론을 내리는 상황이 반복되어요.
마치 '양자역학'이라도 되는 냥, 내가 '본 것(들은 것)'과 '보지 않은 것' 사이에서 수 많은 갈등 구조가 생성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과학'을 떠올렸습니다.
내 삶에 '과학'을 적용하면서 정신세계가 안정화를 이뤘는데,
이 영화가 마치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지금 알고 있고 옳다고 믿는 것은 언제나 틀릴 수 있다" 확률에 대한 이야기이며,
"우리는 절대적인 진리가 있는지 알 수 없다"라는 불가지론을 떠올리게 하는 다소 철학적인 메세지를 건드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원리를 깨닫는다면, 사실 세상에서 크게 화낼일이 정말 사라지게 됩니다.
다 각자 자신만 알 수 있는 논리로 그럴만한 사정이 있고, 나는 그 이유를 절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건강 블로그에 '건강정보'가 아닌, 영화를 보라는 엉뚱한 제목을 써 넣은 것은,
책도 그렇지만, 특히 영화를 보면 내가 상상하지 못한 관점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훈련이 되기 떄문입니다.
뭐든지 빨라야 하는 우리 한국사람에게는 특히,
벌어진 시점에 바로 판단해서 결론을 땅땅! 내린다는 것은
위험 천만한 일이 될 수 있다는걸 마음에 새기고 살 수 있다면,
삶을 걸어가는 여정이 지금까지 보다 차분해 질 수 있을거예요.
영화'괴물'은 소란스럽지도 않은 차분한 영화지만, 마음의 동요가 적잖게 일어나는 전두엽의 영양제 같은 영화 입니다.
상영관에서 내려가기전에 한번 관람해 보시길 추천 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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