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래전부터 저의 골격과 근육 구조가 바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오래 걷고 나면 한쪽 다리와 고관절이 더 아프기도 했고, 사진을 찍으면 똑바로 서 있어도 항상 한쪽 어깨가 올라가 있었어요. 예전에 거북목 증상이 심했을 때는 특히, 목을 앞으로 쭉 내밀고 있는 상태를 스스로 똑바로 서 있다고 인식했는지, 증명사진이나 졸업사진에서 제 얼굴은 몸보다 20cm는 앞으로 튀어나와 있곤 했죠. 그 덕분에 늘 사진속 저의 모습은 안그래도 큰 머리가 더 커 보였고, 때로는 목과 몸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찍혀서 소름 끼치는 심령사진이 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블로그를 보면 체형 불균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저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이나 치료법을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오늘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생각보다 관심이 크게 없는(?) 바로 어깨 건강에 대한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좌우 균형을 맞추는 데는 신경을 많이 쓰지만, 앞뒤 균형, 즉 몸의 '전면과 후면 근육의 균형'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아요. 특히 어깨와 견갑골(날개뼈) 주위의 근육과 뼈의 배열은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요. 저도 아프고 나서야 이런 지식에 대해 깨달았습니다. 저는 몇 년 전에 회전근개증후군에 걸렸습니다. 병명이 좀 어렵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팔을 돌리는 데 관여하는 근육과 뼈들이 마찰을 일으켜 염증이나 파열이 생기는 증상입니다. 이 질환은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며,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운동선수들이 많이 겪는 질환이기도 하지만, 억울하게도 저는 운동을 즐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질환에 두 번이나 걸렸습니다. 왼쪽 어깨에 한 번, 오른쪽 어깨에 한 번. 참으로 공평하죠...
저는 저혈압에 대사 자체가 느린 스타일이라 어릴때부터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번이나 회전근개증후군에 걸렸다는 것이 내내 억울했습니다. 이 질환은 4년 이상 제 몸을 고통스럽게 만들었고, 왼쪽 어깨가 나아간다고 느낄 때쯤 오른쪽 어깨에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이 사실에 너무나 절망해서 한동안 우울하게 살았던것 같아요. 이 병은 소위 말하는 오십견과 매우 유사합니다. 그래서 주변에 설명하기 귀찮을 때는 그냥 오십견에 걸렸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회전근개증후군은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오십견처럼 팔을 들어 올리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팔을 조금이라도 들면 고통이 찾아오고, 옷을 갈아입는 것조차 곤욕스럽습니다. 특히 아침에 가장 고통이 심해 매일 아침마다 욕지기가 올라올 정도입니다.
이 질환의 특징으로는 아프다고 가만히 놔두면 그 상태로 어깨가 굳어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매일 스트레칭과 비슷한 찢기 운동을 해서 회전 가동 범위를 1mm라도 늘려줘야 합니다. 유연성 운동으로 다리 찢기를 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한계에 다다른 각도를 1cm라도 넘어서려고 할 때 유연성이 길러지죠. 이 운동도 마찬가지로 매일 조금씩 가동 범위를 늘려주는 운동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운동을 단 하루라도 멈추면 다음 날에 시작할땐 두 배로 고통스럽습니다. 매일 매일 고문을 견디는 기분으로 고통을 감내해야만 아주 천천히 개선이 됩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 같은 경우는 2년이 지나서야 나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매일 이 운동을 반복하는 것은 하루 할당된 에너지의 30%를 여기에 쏟아붓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이렇게 회전근개증후군의 고통을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절대로 이 병에 걸리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두 번이나 이 병에 걸린 저에게는 혹시모를 세 번째 발병에 대한 두려움이 있거든요. 그래서 도수치료와 필라테스를 병행하며 전문가들과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제가 이 병에 2번이나 걸렸던 이유를 알게되었어요. 바로 제 어깨가 하견(下肩)이기 때문에 잘 걸릴 수 있는 몸이라는 겁니다.
제 양쪽 어깨는 아래쪽을 향해 뻗어 있는 하견입니다. 각도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어깨가 아래로 뻗었느냐, 위로 뻗었느냐에 따라 사람의 어깨는 하견과 상견(上肩)으로 나뉩니다. 많은 사람들이 찬양하는 블랙핑크 제니의 어깨는 '상견'입니다. 상견 중에서도 일자로 반듯하고 예쁘게 뻗은 어깨죠. (물론 상견이라고 해서 모두 제니처럼 예쁜 것은 아닙니다만...)
이 하견과 상견의 차이가 왜 중요할까요? 바로 앞서 언급했던 앞뒤 근육 사용 패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견 어깨를 가진 사람들은 힘을 쓸 때, 주로 앞쪽 근육을 사용하는 반면, 상견 어깨를 가진 사람들은 뒤쪽 어깨 근육을 많이 사용합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더 편한 방향으로 근육을 사용하게 되는데, 문제는 이러한 근육의 움직임이 대부분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일상에서 '이번엔 오른쪽 어깨를 써야지, 이번엔 등 근육을 더 써야겠다'라고 생각하면서 움직이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죠. 그래서 사람은 근육을 편한 대로 쓰고, 그 사용 패턴이 시간이 흐르면서 누적되고 무엇인가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마치 자동차도 급정거를 자주 하는 차가 브레이크 패드가 빨리 닳는 것처럼, 우리 몸도 무엇이든 반복 사용하면 어느 순간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어쨌던,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신의 몸의 특성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아무리 좋은 건강 지식이라도 그것이 내 몸에 맞는지 판단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건강 정보를 가지고 그 기준에 맞춰 건강 관리를 할 수는 없습니다. 이건 말이 안됩니다. 많은 분들이 단편적인 지식으로만 판단하고 있고, 심지어 오히려 반대로 알고 있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 중에서도 중요도에 비해 관심이 덜한 어깨 이야기를 꺼내 본 것입니다.
결론은 자신의 어깨가 하견인지 상견인지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잘 모르겠다면 정형외과나 재활 전문가에게 물어보세요. 정확하게 알게 되실겁니다. 특히 일상에서 무거운 물건을 들 때 하견 어깨인 사람들은 앞쪽 근육을 주로 사용하여 점점 앞쪽 근육만 발달하게 됩니다. 그러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는 앞이나 뒤 어느 한쪽 근육만 사용해서는 안 되며, 올바르게 근육을 분배해서 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정수기 물통처럼 무거운 물건을 들어야 할 때, 특정 근육에 과도한 부담을 주면 근육이 찢어지거나 염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너무나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어떤 근육을 사용하는지 스스로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평소 자신의 근육 사용 패턴을 미리 알고 있어야 위험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근육을 의식적으로 고르게 사용해야 합니다. 이 생각만으로도 근육 손상의 위험을 줄이고, 보다 안전하게 근육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깨 건강과 체형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지만, 자신의 몸을 이해하고 작은 습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큰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어깨가 하견인지 상견인지 확인하고, 자신의 체형에 맞는 올바른 관리법을 실천해 보세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경 쓸 일이 점점 더 많습니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신경을 쓰는 작은 습관이 5~10배의 고통(질병이나 통증)을 든든히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걸 잊지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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